"제주도 맛집"을 검색하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수많은 식당 리스트. 큰맘 먹고 찾아갔지만 길게 늘어선 줄에 먼저 지치고, 막상 먹어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맛에 실망했던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시죠? 멋진 오션뷰와 화려한 인테리어도 좋지만,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여행의 피로를 싹 풀어줄 '진짜 맛있는 한 끼'가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은 관광객들은 잘 모르지만, 제주도민들의 아침과 점심을 든든하게 책임지는, 그래서 나만 알고 싶은 그런 '진짜' 맛집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화려함 대신 투박하지만 깊은 손맛이 있고, 시끌벅적함 대신 현지인들의 정겨운 사투리가 오가는 곳.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제주 여행이 조금 더 특별하고 맛있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아끼고 아껴두었던 맛집 리스트를 공개합니다.
1. 제주 토박이의 아침을 여는 든든함 - 화성식당 (접짝뼈국)
제주공항 근처, 제주시내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화성식당'은 여행객들의 발길보다는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훨씬 잦은 곳입니다. 이곳의 메뉴는 단출해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접짝뼈국'은 제주 토박이들이 아침 해장이나 든든한 점심 식사를 위해 즐겨 찾는, 제주의 영혼이 담긴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곳이 특별한 이유 '접짝뼈'라는 이름부터 생소하실 텐데요. 돼지 등뼈와 갈비뼈 사이의 특수부위를 푹 고아내 메밀가루를 살짝 풀어 걸쭉하게 끓여낸 제주 향토 음식이랍니다. 처음 국물을 한 숟가락 뜨면, 그 깊고 진한 맛에 깜짝 놀라게 될 거예요. 오랜 시간 끓여내 뽀얗게 우러난 국물은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하면서도, 구수하고 묵직한 맛이 일품입니다. 뼈에 붙은 살코기는 또 얼마나 부드러운지, 젓가락을 대기만 해도 스르르 발라져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답니다. 화려한 기교 없이, 좋은 재료와 시간, 그리고 정성으로만 낼 수 있는 맛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죠.
- 제대로 즐기는 꿀팁 함께 나오는 부추무침을 국물에 듬뿍 넣어 먹으면 국물의 풍미가 한층 더 살아납니다. 살코기를 발라내 짭짤한 멜젓(멸치젓)에 살짝 찍어 먹는 것도 제주도민 스타일로 즐기는 방법이에요.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제주에 도착한 첫날 아침 식사나 떠나는 날 마지막 식사 코스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단,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하시는 편이 마음 편할 수 있어요.
2. 바다의 향을 담은 한 그릇 - 옥돔식당 (보말칼국수)
제주 서남쪽, 대정읍 모슬포항 근처에 위치한 '옥돔식당'은 이름만 들으면 옥돔 요리 전문점 같지만, 이곳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보말칼국수'입니다. 보말은 제주 방언으로 '고둥'을 뜻하는데요. 제주 청정 바다에서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보말을 듬뿍 넣고 끓여낸 칼국수 한 그릇은, 그 어떤 산해진미도 부럽지 않은 깊은 맛을 선사합니다.
- 이곳이 특별한 이유 내장까지 통째로 갈아 넣어 진한 초록빛을 띠는 국물이 이 집의 특징입니다. 처음에는 그 색깔에 살짝 놀랄 수도 있지만, 한입 맛보는 순간 바다의 시원함과 고소함, 그리고 살짝 쌉쌀한 감칠맛이 입안 전체를 감싸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미역을 넣어 시원함을 더하고, 탱글탱글한 면발과 오독오독 씹히는 보말의 식감이 어우러져 먹는 내내 즐거움을 줍니다. 인위적인 조미료 맛이 아닌, 오직 자연이 주는 재료 본연의 맛으로 승부하는 건강한 한 그릇이에요.
- 제대로 즐기는 꿀팁 칼국수가 나오기 전, 서비스로 내어주는 꽁보리밥에 무생채와 강된장을 넣어 비벼 먹으며 허기진 배를 달래보세요. 이 또한 별미랍니다. 칼국수를 거의 다 먹어갈 때쯤 공깃밥을 추가해서 국물에 말아 먹으면, 그야말로 완벽한 마무리가 됩니다. 웨이팅이 있을 수 있지만, 테이블 회전이 빠른 편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금방 자리가 나는 편입니다.
3. 여름 제주를 제대로 느끼는 법 - 어진이네횟집 (자리물회)
서귀포 보목포구에 위치한 '어진이네횟집'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곳이지만, 여전히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라 이 리스트에 포함했습니다. 특히 제주의 여름을 대표하는 '자리물회'에 관한 한, 이곳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이곳이 특별한 이유 '자리'는 제주 근해에서만 잡히는 작은 생선(담백돔)입니다. 뼈가 억세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자리물회는 바로 이 뼈째 썰어 넣은 자리가 오독오독 씹히는 맛으로 먹는 것이죠. 어진이네횟집은 된장을 베이스로 한 구수한 육수가 특징입니다. 새콤달콤한 초장 베이스의 육지식 물회와는 전혀 다른, 구수하면서도 시원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오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선한 자리와 오이, 양파, 풋고추 등 각종 채소가 된장 육수와 어우러져, 더위에 지친 입맛을 단번에 되찾아 주는 마법 같은 음식이랍니다.
- 제대로 즐기는 꿀팁 한치철에는 자리물회와 함께 '한치물회'를 시켜서 맛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부드러운 한치와 씹는 맛이 있는 자리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창가 자리에 앉으면 눈앞에 아름다운 섶섬과 보목포구 풍경이 펼쳐져 맛과 멋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물회를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깅이(게)튀김과 멜(멸치)튀김도 꼭 맛보세요!
진짜 제주의 맛을 찾아서
오늘 소개해 드린 세 곳의 맛집, 어떠셨나요? 돼지뼈의 진한 구수함을 담은 화성식당의 접짝뼈국, 제주 바다의 향긋함을 응축한 옥돔식당의 보말칼국수, 그리고 여름 제주의 시원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어진이네횟집의 자리물회까지. 화려한 플레이팅이나 세련된 인테리어는 없지만, 제주 본연의 식재료와 오랜 시간 지켜온 손맛으로 진정한 감동을 주는 곳들입니다.
이제 뻔한 맛집 리스트는 잠시 접어두고, 제주도민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진짜 로컬의 맛을 찾아 떠나보세요. 여러분의 제주 여행이 다른 누구의 것보다 더욱 특별하고 맛있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